[스타&스토리] 전 농구선수 한기범 씨, ‘한기범농구교실’로 아이들에게
희망 주고파"
📷
배우 장동건, 심은하를 톱스타로 만들었던 드라마 ‘마지막 승부’. 1980~1990년대 전국적으로 일었던 농구 열풍을 잘 담은 드라마다. 당시 연세대, 고려대 등 인기 대학농구단 경기가 펼쳐질 때면 이상민, 우지원, 문경은등 미남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오빠부대가 총출동하곤 했다. 가히 ‘농구 전성시대’였다. 당시 농구 붐을 이끈 선수 중 장신센터 한기범 선수(47)를 빼놓을 수 없다. 1983년부터 1993년까지 10여년간 국가대표로 활동하며 국내 최고 센터로 이름을 날렸고 1989년 농구대잔치 MVP를 받는 등 한 시절을 풍미했던 그다. 한동안 우리 기억 속에서 잊혀졌던 한기범 선수. 농구코트를 떠나 어느새 40대 후반에 접어든 그이지만 2m가 넘는 큰 키에 ‘거인’ 이미지는 여전하다. “농구 코트를 떠나 한기범농구교실과 한기범희망재단을 이끌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는 희망농구 올스타 대회를 개최했고요. 농구선수 할 때보다 더 바쁘게 지내고 있답니다.” 그는 5월 5일 어린이날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올스타 희망농구 자선행사 이야기보따리부터 풀어놓았다. ‘LET`S HAVE HOPE 2011 희망농구 올스타전’ 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왕년의 농구 올스타들과 현역 선수들이 참가해 그 뜻을 기렸다. 허재, 강동희, 문경은 선수를 비롯해 김주성, 이규섭, 김효범, 신기성, 하승진 등 내로라하는 전·현직 농구스타들이 대거 참석했다. 물론 평범한 친선농구대회는 결코 아니었다. 한기범희망재단 주최로 열린 만큼 행사 입장수익 전액은 어린이 심장병 환자를 위해 어린이재단 경기북부지역본부 성금으로 기탁했다. 한기범희망재단은 심장병 어린이, 다문화가정 어린이, 농구 유망주를 돕기 위해 설립된 재단이다. 첫 행사였지만 이를 계기로 매년 희망농구 올스타 행사를 열기로 했다. 그가 이런 행사를 준비한 배경은 뭘까. 가슴 아픈 사연이 숨어 있다. ‘희망농구 올스타전’ 개최해 심장병 환자 도와 한기범 대표 동생은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본인도 2002년 혈관계 희귀 질환인 마르판 증후군과 싸웠다. 6년여간 고된 생활을 지속하다 2008년 한국심장재단 도움으로 수술을 통해 어렵사리 건강을 되찾았다. 이후 자신이 받은 도움을 어떻게 사회에 돌려줄 수 있을까 고심하다 어린이 심장병 환자에게 도움을 주자는 생각으로 한기범희망재단을 출범했다. “제가 은퇴 후 의정부시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어느 날 의정부시장이 농구인들도 축구처럼 자선경기를 해보면 어떻겠냐 하시더군요. 홍명보축구교실을 염두에 두고 한 얘기였지요. 친분이 있는 농구인들과 상의해보니 반응이 좋더라고요. 앞으로 매년 희망농구 올스타 행사를 열어 입장수익 전액을 어린이 심장병 환자를 비롯해 저소득층, 다문화가정과 농구 꿈나무 지원에 사용할 겁니다. 한기범희망재단과 협약된 의료기관과 함께 저소득, 다문화가정 어린이를 대상으로 무료 진료도 매월 해줄 거고요.” 한기범농구교실 프랜차이즈 사업 나서 궁금증 하나. 한기범 대표는 왜 허재, 강동희 선수처럼 농구계에 남지 않았을까. 현재 허재 선수는 전주 KCC 이지스 감독으로, 강동희 선수는 원주 동부 프로미 감독으로 현역 못지않게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사실 그는 농구계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 발목, 무릎 등 잦은 부상으로 프로 출범 직전인 1996년 11월 은퇴한 뒤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구로고에서 1년, 중앙대에서 2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쳤다. 하지만 감독의 길은 쉽지 않았다. 실력은 있었지만 ‘카리스마가 없어 지도자로 대성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 급기야 2000년 농구계를 떠났다. 이후 안 해본 일이 없었다. 먹으면 키가 클 수 있는 ‘성장발육제품’을 홈쇼핑에 판매하는가 하면 어린이 비만을 막는 헬스기구, 탈모제품 등 갖가지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평생 농구만 해온 그로서 사업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2년 희귀병에 시달리면서 더 이상 사업도 못 할 위기에 처했다. 그러다 건강을 되찾은 뒤 재기에 나섰다. 첫 작품이 한기범농구교실이다. 자신의 장점을 살려 다시 농구계에 몸담게 된 것. 아직은 초기지만 아이들을 대상으로 농구를 가르치고 프랜차이즈 사업도 진행해 보다 많은 아이들이 농구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소망이다. 매년 분기별로 길거리 농구대회를 열어 농구 인재를 양성하는 데도 힘쓸 예정이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농구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농구장을 많이 만들고 싶어요. 대기업과 각종 단체 후원을 통해 희망 농구장을 늘리는 게 목표입니다. 지자체들도 유휴부지에 농구장을 설립하도록 도와줬으면 하는 바람이지요.” 동행한 장경철 상가114 이사는 “한기범농구교실이 공익 목적에서 농구 붐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손을 잡는 게 필요하다. 해당 지자체에 별도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관련 부서 담당자와 직접 면담한 후 체육시설부지 활용, 기부채납 등의 방법을 논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기범농구교실 외에 한기범희망재단 운영도 고민이다. 아직 재정여건이 취약해 부동산 임대사업을 통한 운영비 조달에 관심이 많다. 그는 “앞으로 재단 명의 상가 건물을 소유해 돈 걱정 없이 재단을 운영하는 게 꿈”이라고 강조했다. 장경철 이사는 “재단을 운영하려면 경매를 통해 노후 주택이나 오피스, 상가를 매입한 후 리모델링을 통해 임대사업하는 걸 고려해볼 만하다. 재원이 쌓여 상가건물 매입이 가능하다면 노후 건물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한기범농구교실 얼마나 성장했나 유소년~성인 교육, 전국 지점만 10개 넘어 📷 한기범농구교실은 2002년 서울 대치동에서 ‘한기범의 키크는 농구교실’ 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경영난 탓에 오픈한 지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이후 2004년 ‘한기범농구교실’로 명칭을 변경하며 사당점에서 재오픈했다. 현재 서울 용산, 송파, 혜화점을 비롯해 부천 중동, 일산신도시 등에서 성인농구클럽을 오픈하면서 유소년·청소년농구교실, 성인농구교실을 포함해 총 10여개 지점이 운영 중이다. 한기범 대표는 여세를 몰아 농구교실 프랜차이즈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일반 음식점처럼 농구교실 프랜차이즈 사업도 수익모델로 성공할 수 있을까. 홍영표 그린플랜전략연구원 대표는 “주 5일 근무제가 정착하고 여가시간이 늘면서 건전한 스포츠가 인기를 끄는 가운데 ‘한기범’ 브랜드를 잘 살린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다만 프랜차이즈 도입에 앞서 사업타당성 분석, 사업계획 수립은 필수일 터. 오랫동안 농구교실을 운영해온 노하우를 매뉴얼화, 시스템화하는 한편 가맹사업자를 위한 농구 용품 판매 등 수익모델 개발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반 음식점에 비해 고객(회원) 확보가 쉽지 않고, 회원 유치를 위한 우수 강사진도 확보해야 해 예상보다 많은 투자비용이 들 수 있다. 홍영표 대표는 “농구교실을 전국적으로 넓히려면 가맹사업자가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부터 만들어야 한다. 가맹사업자는 본사 상호, 상표, 휘장등을 사용해 영업하기 때문에 출원 등 각종 법적 보호 조치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22호(11.09.07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