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구를 두 부분으로 나눈다면, 프로농구(KBL)와 그 이전 농구 대잔치로 나눌 수 있다. 프로 농구가 출범하기 이전 농구 대잔치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다. 기아, 삼성, 현대 등의 실업팀을 상대로 연세대, 고려대 등의 젊은 학생 선수들의 도전이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게 한 것. 지금 농구 대잔치 응원세대의 어머니·아버지들은 종종 그 시절 ‘오빠부대’를 회상하곤 한다.
그 당시 농구 대잔치의 역사를 살펴보면 역대 최다 우승팀인 기아 엔터프라이즈(이하 ‘기아’)의 독주가 눈에 띈다. 허동택(허재·강동희·김유택) 트리오 그리고 한기범, 김영만 선수까지 포함한 5명의 선수는 농구 대잔치 7연패라는 대기록과 함께 한국 농구의 역사를 다시 썼다. 구체적인 리그 운영을 확립한 것과 고정적인 팬들을 확보한 것은 이들이 이룬 가장 큰 성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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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구계의 대들보 농구 경기의 좋은 성적 뒤에는 항상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제 몫을 해내는 선수가 있다. 골밑에서 몸싸움을 하며 리바운드를 잡아주는 등 그들의 활약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기아의 연승 행진에는 이와 같이 대들보 역할을 해주는 한기범 선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2m가 훌쩍 넘는 키를 가진 그는 뛰어난 리바운드 실력으로 선수들의 공격과 수비 방향을 잡아줬다. 한기범은
그 당시 센터 포지션을 가장 잘 소화하는 선수였다.
한기범 선수가 은퇴한 뒤 1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화려한 농구스타의 은퇴 후 생활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코트 위에서 선수들의 방향키를 잡았지만, 코트 밖에서는 좀처럼 삶의 방향키를 잡기 힘들었다. 사업 실패와 잇따른 심장병 수술로 힘든 시기를 겪어야 했다. 절망의 늪에서 손을 내밀어 준 것은 코트 밖에서 환호하고 응원을 보냈던 팬들이었다. 주변에 도움을 받은 그는 항상 마음의 빛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마음의 빚을 갚는 방법은 많은 사람들을 위한 희망의 키잡이를 자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잡은 희망의 키는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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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과거와 비교했을 때 현재 농구의 인기는 어떤 것 같아요? 지금 한국농구의 인기를 보면 1세대 이충희 선배 때부터 저희를 지나서 3세대 우지원, 이상민 선수 때 완결을 시켰어요. 그리고 2000년대 초반부터 길거리농구가 성행했고, 인기가 절정에 올랐어요. 하지만 농구가 국제대회 성적도 저조하고, 중계권도 케이블로 넘어가다 보니 잠시 주춤할 때가 있었어요. 그 후로 지금은 선수들도 팬들도 함께 노력하면서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 같아요.
Q. 농구를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저변이 확대되기 위해 가장 선행되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요?
프로농구와 생활체육 농구가 서로 연계될 기회가 많았으면 해요. 현역 선수들이 은퇴하고 어린이와 동호인들을 가르치는 자리가 많다면 사람들이 농구를 더 쉽게 접할 것 같아요. 그리고 리그라든지 대회를 많이 만들어주면 됩니다. 농구를 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은데, 코트에 설자리가 없다면 대중화는 힘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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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선수에서 지도자로 그리고 현재는 희망 나눔 전도자로 살고 계십니다. 구체적으로 희망 나눔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저는 마르판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습니다. 이 병은 심장 쪽에 문제가 있는 병인데요. 증상 없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는 병이에요. 은퇴 후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을 때 정말 절망적이었습니다. 그 후 심장 수술을 총 2번 받았는데, 두 번째는 상황이 많이 안 좋아서 심장재단의 도움을 받았어요. 이 사업의 시작은 심장재단에 마음의 빚을 갚자는 생각으로 했는데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돕고 싶어서 심장병 관련 희망 나눔 사업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Q. 희망 나눔 사업의 주목적은 무엇인가요?
제가 심장병으로 고생하고, 공부해보니 심장병 어린이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리고 그 아이들은 대부분 기형으로 태어나요. 기형은 한 번의 수술로 끝나지 않습니다. 즉 많은 수술비가 들어갑니다. 제가 하는 사업의 주목적은 심장병 어린이들을 지원하기 위함입니다.
Q. 심장병 수술을 받으시고, 어려운 시절을 겪으셨습니다.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는지요?
극복이라기보다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니깐 자연스럽게 어려운 시절을 지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사단법인 한기범 희망 나눔이 대한민국 나눔 문화를 이끌 수 있어 감사하다는 생각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아직도 완전히 극복이라기보다는 하나하나씩 진행되고 입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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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부금과 사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 건가요?
농구선수로서 살아온 저에게 농구 이외에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재능은 없는 것 같아요. 대표적인 예로 저희는 일 년에 두 번 정도 한기범 희망 나눔 주최의 자선농구대회를 열고 있어요. 현역에 뛰고 있는 프로 농구선수들 그리고 제 동기들, 농구를 좋아하는 연예인들을 초청해서 함께 농구를 즐기는 자리입니다. 경기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고스란히 심장병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쓰고 있습니다.
Q. 희망 자선농구대회 외에도 다양한 자선사업을 하고 계시던데요?
일단 농구와 관련된 사회 공헌활동을 정말 많이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위한 활동으로 길거리농구 대회를 일 년에 서너 번 개최하고 있습니다. 서울 인근 도시에서 예선전을 치른 후 가을에 나눔 대축제에서 최종 왕중왕을 가리고 있습니다.
요새 아이들이 왕따 문제라든지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정말 많아요. 길거리 농구는 이런 문제점들을 바깥으로 자꾸 끄집어내서 해결해주고 있어요. 공부도 하면서 운동도 열심히 하자라는 생각입니다. 그 밖에도 희망 나눔 농구교실, 여름캠프, 동계캠프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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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양한 사업을 위해서는 재정적인 부분도 필요할 것 같은데 따로 수익사업은 하지 않는지요?
재정적인 부분이 가장 힘들죠. 우선 저희는 비영리 단체이기 때문에 수익사업을 할 수가 없어요. 사무실 비용과 행사 비용은 대기업의 후원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거기에 약 300여 분이 만 원, 이만 원씩을 후원하여 저희에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저희가 하는 일은 좋은 일을 위해 좋은 방법으로 후원과 기부를 찾아다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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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범 희망 나눔은 7월 1일부터 12월까지 경기도 및 서울권 5개 지역에서 저소득층과 소외계층, 다문화가정 등의 학생 100여 명을 대상으로 ‘한기범 희망농구교실’을 시작한다.
Q. 한기범 희망 농구교실은 주로 어떤 아이들에게 맞춰있는지요?
희망농구교실은 차상위계층 혹은 한 부모 아이들과 같은 소외계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됩니다. 다른 학생들에 비해 주위 환경이 불우한 친구들은 의기소침하거나 소극적인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키워주고 싶었습니다. 학교 혹은 기관을 통해 선발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Q. 그러면 그런 아이들에게 농구가 어떤 역할을 해줄까요?
스포츠는 일단 활동력을 일깨워줍니다. 그리고 농구는 5명 이하가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팀워크를 배웁니다. 실제로 2년 전쯤에 다문화 팀 아이들을 지도한 적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정말 소극적이었어요. 그 아이들을 6개월 정도 지도했더니 눈에 띌 정도로 밝아졌어요. 우리는 농구수업의 목표를 적극성과 친화력 향상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Q. 스포츠 외적으로도 한국의 기부문화가 이런 쪽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싶은 방향이 있나요?
캄보디아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재능 나눔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기존에 자기가 갖고 있던 쌀이나 과일을 이웃들과 함께 나눠먹는 등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한다고 해요. 이런 점들은 우리를 포함한 많은 선진국들이 보고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눔은 꼭 돈으로 해야 나눔이 아닌 것 같아요. 우리같이 스포츠를 잘 하는 사람도,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도, 신체가 건강해서 봉사를 열심히 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자기만의 재능을 갖고 나눌 수 있다면 얼마든지 훌륭한 재능 나눔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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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범 선수는 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재능 나눔에 참여하는 것을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말한다. 즉 스타가 팬들에게 받은 많은 성원을 다시 그들을 위해 돌려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러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이 곧 모두가 동참하는 문화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트에서 누구보다 높이 있는 볼을 잡고, 선수들의 공수 방향을 이끌었다. 이제는
코트 밖에서 대한민국 나눔 문화의 방향키가 될 그와 함께 나눔을 동참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