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4일 심장병 어린이를 돕기 위한 ‘2022 희망농구 올스타’ 자선경기가 서울특별시교육청학생체육관(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렸다. 지난 2년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무관중으로 진행되던 경기는, 올해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현장 관람객 입장이 전면 허용되면서 구름 인파가 몰렸다. 참가 선수들의 화끈한 경기와 초대가수 등의 멋진 무대로 뜨겁게 달궈진 잠실벌을 직접 찾아 나눔의 현장을 취재했다.
한기범 희망나눔 회장 “환경 더 열악한 해외도 찾아 봉사하고 싶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사회경제적 불평등 속에서 교육만은 희망의 사다리가 되도록 해야”
희망나눔은 좋은 실력이나 창의력을 가지고도 가정형편이 어려워 재능을 살리지 못하는 청소년들과 다문화가정아이들, 심장병 환자들의 후원을 위해 지난 2011년 설립됐다. 어렵고 힘든 여건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꿈나무들에게 용기를 주면서 지난 20여 년간 농구선수로 받아온 사랑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단체를 만들었다는 것이 희망나눔 한기범 회장의 설명이다.
희망나눔 설립과 동시에 시작한 자선농구경기는 1년에 두 번 치러지는 행사다. 연예인과 개그맨, 프로농구선수 등이 참여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행사를 통해 거둬들인 자선경기 수익금은 어린이 심장병 환자의 수술비와 다문화가정 및 농구꿈나무 지원을 위해 사용된다. 한기범 회장은 이날 행사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코로나 사태로 후원이 줄어들어 염려스러웠는데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자선경기를 또 열게 됐다"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마르판증후군이라는 희귀한 심장병을 앓았던 한 회장은 심장병을 직접 겪어봤기 때문에 누구보다 심장병 환자들이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한다. 한 회장은 “저는 심장병 수술을 두 번이나 했지만 현재 열심히 농구도 하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며 “수술 받으면 건강해질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격려의 말을 전했다.
특히 한 회장은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우리나라보다 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해외에서도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더 많은 나눔을 할 수 있도록 지원과 후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사단법인 한기범희망나눔은 전부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같은 자리에서 만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심장병 환자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힘을 북돋아줬다. 그는 인터뷰에서 "코로나 사태로 인해 2년 만에 열리는 심장병 어린이, 다문화가정 학생 등을 위한 사회공헌 행사를 서울교육청이 서울교육청학생체육관에서 함께할 수 있어서 의미가 크다"며 "서울교육청도 운동 꿈나무들을 위한 여러 가지 지원 정책들을 취하고 있고 또 특별히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지급 등의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특히 “우리는 사회경제적 불평등 속에서 교육만은 희망의 사다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처럼 한기범 희망나눔에서 하는 민간 부문의 자발적인 지원 사업도 있지만 저희는 공공부문에서 다양한 지원을 통해 부모의 차이가 아이들의 건강의 차이, 교육 학업 성취의 차이 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다양한 지원 정책을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기범 희망나눔도 심장병을 겪는 아이 등을 위해 이러한 모금 행사를 하고 있고, 서울교육청도 병원학교 등을 통해 이들이 학업을 이어가도록 지원하고 있다”면서 “심장병을 앓고 있는 학생들은 이처럼 성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기억하고 힘내길 바란다”고 격려의 말을 전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사를 통해 “희망나눔 농구가 2011년에 시작해 오늘이 21번째 경기”라며 “이런 행사는 시작도 어렵지만 유지하기도 힘들다. 지난 10년 넘게 이끌어온 한기범 대표님 정말 축하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희망과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며 “오늘 행사가 심장병 앓고 있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또 다문화 가족들과 농구를 해보고 싶은 미래 꿈나무들에게 희망을 주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태술, 김현아, 정철규·샘오취리, 황희정, 허인창, 박광재
연예인과 프로농구 선수들이 펼친 따뜻한 한판승부
심장병 어린이 등을 돕기 위한 이번 ‘2022 희망농구 올스타’ 자선경기에서는 연예인과 프로농구 선수들이 사랑팀과 희망팀으로 나뉘어 멋진 경기를 펼쳤다. 사랑팀 연예인 선수로는 박재민, 샘 오취리, 주강, 황영진, 정철규, 전 프로농구선수 박광재, 이승배, 정선화, 황희정이 참여하고 감독은 추일승 농구국가대표팀 감독이 맡았다. 또 희망팀 연예인 선수는 김사권, 백재민, 쇼리, 추플렉스, 허인창, 전 프로농구선수 김태술, 김훈, 방성윤, 3X3여자국가대표 선수 김현아, 박시은이 참여하고 이훈재 농구국가대표팀 코치가 팀을 이끌었다.
멋진 경기로 관중들에게 재미있는 볼거리를 선사한 연예인들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심장병 환자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아끼지 않았다. 개그맨 정철규와 방송인 샘오취리는 “매번 한기범 회장님과 함께 농구를 하고 있는데, 한 회장이 이번 자선경기에 불러주셔서 영광스러운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다”며 “심장병을 가진 아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빨리 쾌유해 다 같이 함께 농구를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따뜻한 격려의 말을 전했다.
래퍼 허인창은 “친구 쇼리가 아주 좋은 뜻을 가진 행사가 있다고 권유해 함께 참석하게 됐다”며 “심장병 아이들에게 병마는 힘든 싸움이겠지만 언젠가 이길 수 있으니까 항상 희망을 잃지 말고 완치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꼭 이겨내길 바란다. 저희도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배우 박광재는 “매년 선수로 참석을 하는데 올해는 촬영하다가 갈비뼈에 금이 가는 바람에 뛰지는 못하고 벤치에서 열심히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며 “심장병 환우 여러분들은 이렇게 도와주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밝게 생활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번 자선경기에는 전 프로농구 선수들도 대거 참여했다. 김태술 전 선수는 “오늘 경기가 심장병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앞으로 더 건강하게 또 행복하게 하루하루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승배 전 선수는 “작년에도 와서 이기고 갔는데 오늘도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겠다”며 “(심장병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 많이 힘들고 지치겠지만 많은 연예인과 선수들의 좋은 플레이 보면서 조금이나마 힘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현아 전 선수는 “심장병 아이들이 힘든 시기에 이렇게 뜻 깊은 자리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저희가 즐겁게 농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 더 활기찬 하루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희정 전 선수는 “지금 굉장히 힘든 시기일 텐데 앞으로 좋은 일만 가득해서 웃는 일만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박상민 등 축하공연과 다채로운 이벤트로 달궈진 잠실학생체육관
이날은 농구경기 외에도 MC 박종민, 이채은의 사회로 다양한 볼거리가 제공됐다. 강동구태권도시범단의 태권도시범과 바비진오프닝패션쇼, 박상민의 사전공연이 자선경기의 시작을 알렸다. 가수 박상민은 특유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파워풀한 무대로 경기장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이어진 축하공연에서는 김혜연, 정찬희, 팝콘, 팝플레이 등이 신선한 무대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외에 SM아티스트 강타, 최강창민, 엑소, 레드벨벳, 엔시티드림, 에스파와 배우 김혜윤 등이 심장병 어린이들을 위한 격려 영상을 보내오기도 했다.
한편 모금함을 들고 관중들에게 모금을 독려하는 사랑의 모금함 이벤트에는 배우 김효선, 바비진 권은진 대표, 2022년 미스코리아 美 김상아, 슈퍼모델 이나리, 도전슈퍼모델 정하은, 슈퍼모델 이현휘 등이 참여해 심장병 환자와 다문화 가정, 농구꿈나무 육성을 위한 모금활동을 전개했다.
이외에도 끊임없는 선물(싸인볼 등)투척 이벤트로 경기장의 달궈진 분위기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행사 주최 측은 이날 체육관에 입장하는 관객을 상대로 프로농구구단 싸인볼을 선착순으로 100개(가족당 1개) 증정하기도 했다.
66대 69로 희망팀의 훈훈한 승리, 계급장 떼고 모두가 하나였던 농구대축제
사랑팀과 희망팀의 총 4쿼터(쿼터 당 10분)로 진행된 농구경기 결과는 66대 69. 함성소리가 끊이지 않던 이번 경기는 희망팀의 승리로 끝났다. 주말을 맞아 부모님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어린이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승리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이와 계급을 불문하고 모두가 하나였던 농구대축제, 그 어느 때보다 따듯했던 자선경기는 내년 개최를 기약하며 아쉬운 막을 내렸다.
MeCONOMY magazine October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