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병 어린이-농구 꿈나무 등에 11년째 자선경기 열어 수익 기부
올해도 12일 의정부서 점프볼 “아이들 자신감 얻을때 가장 뿌듯
”2011년부터 심장병 어린이 돕기 자선농구 경기를 열어 온 전 농구선수 한기범. 한기범 제공
199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 기아에서 뛴 장신 센터 한기범(57·207cm)은 ‘키다리 아저씨’로 불린다. 2011년부터 선후배 농구인들과 함께 자선 경기를 열어 심장병을 앓는 어린이, 다문화 가정, 농구 꿈나무를 돕는 데 수익금을 써왔기 때문이다.
프로농구가 출범하기 한 해 전인 1996년 현역에서 은퇴한 한기범은 ‘거인병’으로 불리는 혈관계 희귀 질환인 마르판 증후군으로 2000년과 2008년에 두 차례 심장 수술을 받았다. 자비로 첫 수술을 받은 이후 사업 실패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그는 한국심장재단의 지원으로 두 번째 수술을 받았다. 자신을 도와준 이들에게 큰 빚을 졌다고 생각한 그는 건강을 회복한 뒤 심장병을 앓는 아이들을 돕기 위한 자선 경기를 시작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사단법인 한기범희망나눔 사무실에서 만난 한기범은 “힘든 상황에 처한 아이들을 위해 시작한 자선 경기가 올해로 11주년을 맞았다”면서 “선수와 연예인들이 펼치는 활기찬 농구 경기를 관람하면서 아이들이 잠시라도 고통을 잊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자선 경기의 명칭은 ‘2021 스타와 함께하는 랜선 희망농구’다. 보건복지부, 대한체육회, 대한민국농구협회 등이 후원하는 자선 경기는 12일 오후 1시 반 경기 의정부체육관(4620석)에서 열린다. 남자 프로농구 현역 선수인 윤호영과 정준원(이상 DB), 연예인 서지석과 양치승 등이 참가한다.
올해 자선 경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스포츠 관람은 정원의 10%까지만 입장)에 따라 심장병환우회 가족과 경기 관계자 등 300명만 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다. 일반 농구 팬들은 유튜브 ‘한기범TV’, 네이버TV, 카카오TV를 통해 경기를 볼 수 있다.
한기범은 “자선 경기가 자리를 잡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면서 “초창기에 후원을 받기 위해 지인들을 찾아가면 ‘사기 치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자신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에도 한기범은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어떻게든 자선 경기를 열기 위해 부지런히 사람들을 만나 취지를 설명했다. 그렇게 한 푼 두 푼 모아 꾸준히 자선 경기를 열다 보니 후원자가 조금씩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해마다 자선 경기가 열릴 때가 되면 먼저 참가하겠다고 연락하는 연예인들도 있다”며 웃었다.
2011년 첫 자선 경기를 시작한 이후 한기범은 한국심장재단,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 2억여 원을 지원했다. 또한 다문화 가정 어린이와 농구 꿈나무들에게 각각 3억 원을,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무료 농구 교실에 4억 원을 지원했다. 한기범은 “힘든 환경에 놓인 아이들이 농구를 통해 자신감을 얻게 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뿌듯하다”면서 “우리 사회의 아이들이 모두 밝게 웃는 날이 올 때까지 최선을 다해 나눔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