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재단 설립한 왕년의 농구스타 한기범.. 거인병 때문에 고통… 주위 온정으로 극복.. 심장병·다문화 가정·농구 꿈나무 돕고 싶어.. 옛 동료 직접 찾아다니며 나눔 동참 부탁..
우리나라에선 드물게 2m가 넘는 장신의 키로 1980~90년대 프로농구 코트를 평정한 이가 있다.
농구대잔치에서 MVP를 수상하는 등 놀라운 실력을 선보였던 한기범(48세) 희망재단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 대표는 농구선수를 은퇴한 후 거인병으로 불리는 ‘마르판증후군’으로 두 차례나 심장 수술을 받으며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현재 희망재단 활동으로 소외된 사람들에게 나눔과 희망을
전하고 있는 한 대표는 “어려운 시절 도와줬던 분들에게 보답하는 방법은 내가 가진 재능을 이용해
나눔을 베푸는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키다리 아저씨로 돌아온 한 대표를 지난달 26일
한기범 희망재단(서울 노원구 상계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농구대잔치 MVP 수상하며 최고의 전성기 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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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범 대표는 "물질적인 도움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베푸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205cm. 고등학교 1학년 당시 한 대표의 키 크기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키가 167cm였고,
해마다 10cm씩 자랐다고 했다. “아버지뿐만 아니라 동생들도 다 키가 컸어요. 유전적으로 키가 큰 집안이었죠.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배구나 농구같이 키 큰 사람들이 하는 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답니다.”
농구가 처음부터 적성에 맞았던 건 아니다. 중학교에 입학해 농구부에 들어간 한 대표는
너무 힘든 훈련이 괴로워 한동안 운동을 그만뒀었다고 털어놨다. “온종일 땡볕에서 훈련을 받으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마음을 잡고 공부를 해서 천안에 있는 북일고등학교에 들어갔죠.
그런데 주변에서 절 가만히 놔두지 않더라고요. 그 당시 보기 힘든 장신이어선지
농구 명문인 명지고등학교 농구 감독님께서 직접 찾아와 농구를 같이하자고 설득하셨죠.”
명지고로 학교를 옮긴 한 대표는 고등학생 최고의 센터로 불리며 각종 국제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등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농구 명문인 중앙대학교를 거쳐
1985년 기아자동차 농구팀에 입단한 한 대표는 허재(46세·전주 KCC 감독)·김유택(49세·중앙대 감독)·
강동희(45세·동부 프로미 감독) 등과 한팀을 이뤄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기아자동차팀의 전성기를 다들 허재 선수가 들어오고서부터라고 말들을 하지만,
사실 중앙대 시절부터 함께 호흡을 맞춰온 원년멤버인 김유택 선수와 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죠.
(웃음) 89~90년 농구대잔치 시즌에선 MVP를 받기도 했을 정도니 제 인생의 최고 전성기였죠.”
◇역경 딛고 재능 기부 나선 왕년의 농구스타
1996년 한 대표는 발목 부상이 악화돼 농구선수를 은퇴하고 지도자 생활과 체육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한 대표의 역경이 시작된다. 체육 사업은 계약을 잘못 맺어 적자를 거듭했고, 설상가상으로
건강도 나빠졌다. 결국 ‘마르판증후군’이라 불리는 희귀병으로 2000년과 2008년에 두 차례의 심장수술을
받아야 했다. “키가 크면 몸 안에 장기들도 같이 커 줘야 되는데 그렇지 못했어요. 아버지와 남동생도
이 병으로 세상을 떠나셨죠.”
수술비용으로 드는 수천만 원의 돈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한 대표에게 주위의 온정이 쏟아졌다.
수술 후 빠르게 건강을 회복한 한 대표는 자신이 받은 사랑을 어떻게 갚아나가야 할지를 고민했다.
“내가 남들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심장병 어린이들을 도와주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마음 맞는 분들과 함께 한기범 희망재단을 만들게 됐어요.”
2011년 5월 5일. 한 대표는 어린이 심장병, 다문화 가정 그리고 농구 꿈나무 후원을 목적으로
한기범 희망재단을 창립했다. 올스타 희망농구 자선행사로 받은 첫 기부금은 어린이재단 의정부지회에 전달됐다.
“역대 유명 농구스타들과 연예인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참여를 부탁했어요. 좋은 목적의 행사다 보니까
다들 흔쾌히 참여를 하더라고요.” (인터뷰 이후인 6월 30일 의정부체육관에서는 한기범 희망재단이
주최하는 희망농구 나눔대잔치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한 대표는 앞으로 농구선수 출신임을 살려 후원사업을 더욱 키울 계획이다.
“저 같이 농구에 재능이 있는 사람도 있듯이 세상에는 각자 잘하는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많잖아요.
충분히 남들에게 베풀 재능들이죠. 기부나 나눔이라고 하면 흔히들 물질적으로만 생각하는데,
개개인이 가진 재능을 남에게 베풀면 받는 사람도 좋고 자신도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앞으로 우리나라가 건강한 나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어린이 여러분도 함께 참여해 주실 거죠?”